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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희망][기고] 외국계 기업은 국내 노동법 위에 군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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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석 조회수 619회 작성일 2022-04-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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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위의 매출로 주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디아지오(Diageo)의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에 대한 이야기이다. 디아지오코리아 노동조합은 2월 25일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며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노사관계 파탄의 시작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에 글로벌 본사를 둔 주류 제조 기업 디아지오(Diageo)의 한국법인이다. ‘조니워커’ 등 고급 위스키부터 ‘기네스’ 맥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으로 전세계 주류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노동조합은 특별한 분쟁 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를 지향했고, 하나 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공적인 성과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새로운 대표이사와 인사중역의 부임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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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제도 불이익 개편안의 일방적 시행

 

새로운 대표이사의 부임 이후 일정 근속기간 성과와 전문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시행하던 승진제도를 ‘역할의 확장’에 의한 승진 제도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제도를 적용할 경우 전체 직원의 2/3에 해당하는 영업직을 포함, 자신의 직렬에서 전문성을 기르던 직원들은 공석이 발생해 이동하는 과정이 없이는 승진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의 위반 소지가 있음은 물론, 과반수 노동조합의 대표권을 짓밟는 행위였다. 노동조합은 강력한 반대의사를 천명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노총 법률원을 통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취업규칙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다.

 

교섭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강압적 행위

 

사측의 강압적 행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2021년 교섭 초반에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인사 원칙 중 하나인 ‘임금 시장경쟁력 비교군(*임금 평균수준을 비교 대상기업군 동일 직급 내 중위 수준~상위 25%수준으로 유지하는 제도)’을 기존 Peer group(13개 회사)에서 APCBF(29개 회사)로 변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조가 기업공시자료 등을 통해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바뀌는 기업군의 평균 매출액은 최대 50%, 임금 평균수준은 최대 25% 이하로 줄어드는 수준이었다.

 

사측은 임금에 있어서도 심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임금 동결, 2021년에는 2.1%에 불과한 임금인상률을 제시해 노조가 가졌던 신뢰는 금이 가버렸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해 12월 6일에는 교섭 자리도 아닌 노사 대표간 미팅 자리에서 갑작스레 2.8% 인상과 220만원 일시금이라는 제안을 던지며 3일 안에 결정하지 않을 시 일시금은 소멸된다고 협박했다.

 

2021년 10월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의 2021년 회계연도(2020.07~2021.06) 매출액은 1932억에 당기순이익은 320억 수준으로 불황에도 엄청난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 부진의 상황에 노동자들이 욕심을 부리는 듯한 모습으로 매도하고, 이전과 같은 실적이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계속해서 경영부진의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고 있다.

 

브랜드 매각 보도, 이도 저도 아닌 소통으로 불안감 증폭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언론보도로 디아지오코리아 매출의 55% 이상을 책임지는 ‘윈저’ 브랜드 매각 기사가 흘러나왔다. 노동조합은 같은 해 8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대표이사에게 진위를 질문한 바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사 목표는 한국에서 No.1 위스키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이 흐른 뒤 12월 보도에 대한 회사의 반응은 달랐다. “루머에는 대응하지 않으며,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메시지로 어느새 태도가 미묘하게 바뀐 것이다. 또한 사측은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만 집중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로 불안감만 증폭시켰고, 직원들은 지금까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회사로부터 어떠한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디아지오코리아는 3월 25일 윈저 브랜드 운영권을 국내 사모펀드 그룹 베이사이드프라이빗에쿼티-메티스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이 글을 쓴 시점은 매각 발표 전이다.)

 

사측의 대화 의지 결여, 갈등과 불신만...

 

올해 2월 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6.63%의 압도적인 결과로 합법적 쟁의권을 쟁취한 노조는 출정식 이후 경기도 이천 소재의 생산라인(수입제품의 한국 판매를 위한 재공정 작업 진행) 조합원들과 투쟁 강도를 높여 갔다. 하지만 사측은 생산라인에 관리자 등 비조합원들을 투입시키고, 심지어 회사 직원이 아닌 외부 직원을 투입하는 불법행동까지 자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사측의 불법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대체근로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사측은 끝까지 뻔뻔한 태도로 ‘고장난 기계에 대한 조치’라는 주장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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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지지로 함께 하는 한국노총과 식품산업노련

 

한국노총과 식품산업노련은 디아지오코리아 노조의 총파업 승리를 위한 든든한 동지이다. 한국노총은 집회 차량부터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식품산업노련은 투쟁 전략의 수립과 집회 진행 등 단체행동에 함께 발로 뛰고 있다. 조합원들 역시 뜨겁게 단결하고 있다. 지부별 지명파업 천막투쟁을 비롯해 릴레이 1인 시위, 언택트 시기에 맞춘 단체행동 등 지도부의 지휘 아래 조직 역사상 첫 파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단결력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3월 16일에는 주한영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대사에게 서한을 전달했으며, 방배동의 대표이사 자택 앞에서도 집회를 진행했다. 추가적인 투쟁 전략들도 무한 대기 중이다.

 

김민수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최선의 결과를 다짐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교묘하게 꼼수를 부리며 한국 노동시장을 유린하는 횡포를 낱낱이 혁파하고, 다시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만들 것이다.

 

아무리 사측이 노동조합을 억압한다고 해도, 연대와 지지로 함께하는 든든한 동지들과 강인한 조합원이 있기에 디아지오코리아 노동조합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김택찬 기자


출처: 노동과희망(http://news.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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